2021년 5월 18일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거행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41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을 향한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려 "우리는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내려가 계엄군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경남 합천, 인천 등에서는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이 전두환 기념 상징물 철거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민주 정부 수립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당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무장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 지속적인 교전이 벌어졌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정부는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희생자 묘역을 성역화했다. 이어 1997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정부 주관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이날 진행된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 및 유족, 각계 대표 등 99명만이 참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화해와 용서는 지속적인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 살아있는 역사로서 '오월 광주'를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이 지난 3월 자신의 총격에 희생당한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한 것을 언급하며 "당사자와 목격자 여러분, 더 늦기 전에 역사 앞에 진실을 보여달라. 내란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도 진실을 밝히고 광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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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희망의 오월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과 암매장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계엄군이 유족을 만나 직접 용서를 구했다"며 "이렇게 우리는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시민군, 주먹밥, 부상자를 실어나르며 이웃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민주주의"라며 "그 마음이 촛불을 지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가 되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고도 밝혔다.
또 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정권을 상대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국민을 언급하며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 오월 광주와 '택시운전사'의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독일 제1공영방송 ARD 기자로 대한민국 내 언론 통제로 알려지지 못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참상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헌법에 담자' 의견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5·18 개헌론'의 필요성도 다시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권도전을 선언한 김은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언제가 될지 지금 당장 가늠하긴 어렵지만 언젠가 헌법을 개정할 때 우리가 계승할 자랑스러운 역사 유산으로 4·19 옆에 5·18이 나란히 놓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5.18은 41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에 페이스북에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도 5·18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며 "여야의 뜻이 일치됐으니 다음 개헌에서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넣자"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헌법 명문화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꾸준히 대선 공약 등으로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는 지난해 40주년을 맞아서도 다시 개헌이 논의된다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헌법에 실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두환, 항소심 패소 소식도
한편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내려가 계엄군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JTBC는 재작년 3월부터 5월까지 여러 차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와 706보안부대장 운전병이었던 오원기 씨 등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내려가 정호용 특전사령관과 505보안부대장을 만나 1인 회의를 한 뒤에 계엄군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 기사에 인용된 증언의 취지였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JTBC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JTBC 기사 내용이 '사실'을 다룬 것이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며 "이 보도가 사실적 주장임을 전제로 한 원고(전 전 대통령)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 해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것이 허위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포 명령 주체를 포함한 원고의 광주 방문 여부 등에 관한 사법부의 명시적 판단이 이뤄진 바 없고, 여전히 정부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에 의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지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에 항소한 바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며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 항소심은 오는 24일 다시 열린다.
한편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자택 앞에서는 서대문구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의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상징물 철거 요구
한편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전국 시민단체가 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념석비 등의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41주년 인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전날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기념석비를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5·18 민주항쟁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전두환의 기념석비가 아직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남아있다"며 "인천시는 예산을 조속히 확보해 이른 시일 내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천에서는 연수구 흥륜사 정토원에 남아 있던 전두환 글씨 현판이 지역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교체되기도 했다.
포천시 역시 전날 오랜 철거 요구를 받아왔던 경기도 포천시 국도 43호선 축석고개에 세워진 전두환 '호국로 기념비'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높이 5m, 폭 2m에 달하는 이 비석은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호국로'가 새겨져 있어 '전두환 공적비'로 불려왔다.
전두환 공적비는 1987년 12월 국도 43호선 '의정부~포천 구간' 완공 기념으로 설치됐다.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등 시만단체는 그동안 "내란의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을 찬양하고 있다"며 공적비 철거를 요구해왔다.
경남 합천에서도 전날 합천군농민회 등 합천지역 시민단체·정당들이 전두환 기념 상징물 철거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진보당 도당은 "경남도는 도내에 남은 전두환 기념 사업과 상징물을 모두 없애도록 나서야 한다"며 "특히 합천군은 전두환 아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을 변경하고 전두환 생가지원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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